"오래 전에," 그는 말했다. "오래 전에 나에게는 무엇인가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라지고 없어. 이제 그건 사라져버렸어. 없어져 버렸단 말이지. 그런데도 나는 울 수가 없구나. 그것에 대해 마음 쓸 수도 없어. 이제 그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지."
By Dexter ‘겨울 꿈’ 中
책에 실린 단편 소설들을 읽으며, 우리 삶에 관한 그의 일관된 시각을 보며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제서야 위대한 개츠비의 그 복합적인 기질을 가진 캐릭터들을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역자의 말로는 이 책에 실린 9편의 단편이 그가 남긴 190여 편의 단편들의 정수이며, 심하게 말하면 나머지 작품들은 단지 이 9편의 글들의 변주곡에 지나지 않는다고 까지 말했지만, 이 9편 역시 상당히 비슷한 캐릭터, 비슷한 주제에 대한 '일관된' 견해들로 이루어져 있다.
생전에 그가 말하길 거의 대부분의 작가들이 오직 두 세 개의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삶에서 감동적인 경험을 두, 세가지 겪기 때문에 결국 말할 수 있는 것들도 그 안에서 제한된다는 것이다.
과연 피츠제럴드는 본인이 말한 대로 자신이 겪은 삶의 감동을 바탕으로 글을 썼는지 그의 삶은 그의 소설과 흡사한 점이 많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모든 캐릭터들의 총체로서 피츠제럴드의 삶에 가까이 갈 수 있다. 글은 글쓴이의 생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도 아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남자주인공들은 본인의 모습이 투사된 것이라 생각한다면,
여자주인공들은 자신의 이상적인 여성상과 실제 경험으로 느낀 여성들의 모습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소설에는 흔히 말하는 '제대로 된' 캐릭터들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나 여자의 경우엔 더.
그의 부인에 대한 설명을 보면 '젤더 세이어는 낭비벽이 심하고 사치를 좋아해 피츠제럴드는 그의 부인을 위해 단편을 찍어내야 했고,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기도 했으며,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다가 말년엔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쳤다' 고 한다.
그리고 다른 여성상의 한 축을 이루는,
16세에 교제했던 지니브러 킹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피츠제럴드를 거절한다.
그 후 그는 육군에 입대하게 되고 나중엔 젤더와 결혼하게 된다.
놀랍게도 그의 일대기 안에 그의 소설들의 내러티브가 다 숨어있다.
그의 연대기나 소설을 놓고 볼 때, 그는 그리 행복한 삶을 보내지는 못했나 보다.
하긴 문학작품이란 고통을 기반으로 창작되는 예술이다 보니 그렇겠지만. (타 예술도 거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피츠제럴드 단편선을 읽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하루키이기 때문에 그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
책을 읽다 보면 하루키와 피츠제럴드 간의 공통점을 상당부분 발견할 수 있다.
이 글 첫머리에 인용한 부분은 대표적이고 곳곳에 영향을 끼친 문구들, 설정들이 보여서 읽는 내내 그런 즐거움도 있다. ('위대한 개츠비' 에도 나오는 변덕스럽고, '겨울 꿈' 에선 약간 사악하기까지 한, 그러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여자 캐릭터는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나 '상실의 시대'의 미도리를 떠올리게 한다.)
피츠제럴드 소설의 주인공들이 삶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열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냉소적인)를 보인다면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들은 열정이나 냉소를 넘어, 삶 자체에 다소 무관심한 반응을 보인다.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이미 보았기 때문에(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인생무상의 느낌으로 살아가는 듯한 주인공들이라면 좀 지나친 해석일까?
어쨌든 그의 단편집은 하루키의 소설과는 관계 없이 그 자체로 상당히 재미있고 훌륭하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기 전에 이 단편집을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나도 이 단편집을 읽고 개츠비를 다시 읽었다.
사실 개츠비에는 좀 공감할 수 없는 로맨틱한 설정들이 많이 있었지만 단편집에서 열심히 사전지식을 익혔기 때문에 그 모든 설정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2006.09.1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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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당신이 꽤 괜찮은 남자와 결혼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샐리 캐롤은 충동적인 확신에 감동을 받았다.
"나도 알아요. 어느 시점이 지나면 누가 돌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거든요. 또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하죠"
"우리 춤출까요? 당신도 알겠지만" 그는 그녀와 함께 일어나면서 말했다. "자기가 왜 결혼하는 지 아는 여자분을 만나는 건 고무적인 일입니다. 구십 퍼센트는 결혼이 영화에 나오듯 일몰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얼음 궁전' 中
로저 패턴과 샐리 캐롤 해퍼의 대화
(스콧 피츠제럴드 단편선 2 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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